아빠

박유신 비회원 2023-11-26 20:50 1841 0
지금 내가 이렇게 아빠한테 전해지지 못할 편지를 쓰고 있는 상황이 어이가 없고 황당하면서도 화가 나고 참 슬프네 아빠가 60살이 됐다는 걸 알고 우리 아빠가 언제 이렇게 나이가 많이 들었나 생각했는데 장례식장에 다른 고인들 나이가 80살, 90살 이러는 걸 보니까 너무 젊게 느껴지더라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너무 많이 울고 슬퍼했고 후회도 많이 됐는데 그게 고작 2달 전이다 그래서 이번엔 최대한 안 슬퍼하려고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져가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아빠가 혼자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을 보다보니 슬퍼하지 않을 수가 없네 아빠는 죽어서라도 자유로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보내주는 건 잘 보내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마지막으로 있던 김대중컨벤션센터의 CCTV 속 의자에 앉아있던 아빠 모습, 조선대학교 병원의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던 아빠 모습, 할머니 돌아가시고 혼자 살던 그 집을 보니 아빠가 불쌍하고 짠해서 자꾸 눈물이 난다 솔직히 아직까지 그냥 긴 악몽을 꾸는 거 같고 왜 못되게 사는 사람들은 멀쩡히 살고 아빠가 죽었는지 이해가 안돼 그냥 지금이라도 돌아와줬으면 좋겠어 시간을 돌리고 싶어 아빠, 이제 다 자유야. 돈도 명예도 없는 곳으로 떠나서 마음 가는대로 살아 거기서는 아빠가 그렇게 되고 싶었던 백만장자도 될 수 있고, 광주에서 제일 비싼 집에 살 수도 있고, 해외여행도 마음대로 갈 수 있어 그냥 엄마가 앞으로 남은 인생 편안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게 도와줘 그리고 남 부끄럽지 않은, 여기저기 다 자랑할 수 있는 딸이 될게 어디 멀리 가지말고 지켜봐줘 난 그거면 돼 아빠가 내 아빠라서 참 좋았어 무뚝뚝한 딸이라 표현도 많이 못했지만 내 아빠로 살아줘서 고마웠어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 먼 미래에 다시 만나면 거기서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해줘 잘 지내 나도 잘 지낼게 미안해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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