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우체국
그리운 분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내세요
하늘에 닿는 마음의 우체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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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안녕 아빠 딸이야
천국을 갔는지 지옥을 갔는지 잘 모르겠지만 잘 지내고있어?
교회 다닌다고 다 천국가는게 아니니까 게다가 아빠는 위선적이고 자기합리화도 했었잖아
진짜로 궁금하다 천국을 갔는지 지옥을 갔는지
아빠는 나에게 아빠로서는 사랑을 줬는지 몰라도 사람과 사람으로는 성격 자체가 안맞았어
교회에서는 거룩한척 다해놓고 정작 가족한테는 그렇게 좋은사람이 아니었잖아ㅎㅎ
나 3살때 바람난 여자랑 또 바람펴서 나한테 들켰었지?
그때 맨날 주차하는척 하면서 밖에서 전화한다고 안들어올때 있었잖아
아빠가 자는사이에 엄마가 아빠 휴대폰 만지작거리던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가족을 사랑한다고 떠들어대느라 다른 여자도 사랑해버린거야?
솔직히 배신감은 크게 안들었어 별로 정이 없었거든
그냥 아빠의 약점? 내가 아빠 싫어할때마다 엄마가 그러면 안된다고 했었는데 아빠가 바람을 핀거라면 마음껏 싫어해도 되잖아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긴장이 되고 대화가 시작되면 지루하고 아는척할때마다스트레스 엄청 받았어
근데 뭔가 아빠를 이렇게 증오하게된 이유가 몇십년동안 쌓아온 갈등도 있겠지만 내가 부족한 딸이라 자격지심도 있었던거같애
날씬하고 예쁘고 공부잘하고 직장가지고 다른 부모들이 자식자랑할때 난 자랑할게 없었잖아
진짜 부족한 딸이랑 엄마 먹여살린다고 돈벌고 아파도 일하러 나가고 미안하고 고마워
아빠 외롭게 만들어서 미안해
아빠가 자기 살아있을 동안에 바람막이 역할 해준다 했잖아
근데 나한텐 아빠가 바람이자 폭풍이었어 정말 너무 힘들었다
말도 어수선하네 아빠에 대한 감정이 복잡해
이렇게 빨리 죽을줄 알았으면 대화라도 해볼텐데
서로 묵혀둔 감정 다 풀어내고 서로를 이해하려 시도나 해볼텐데
그동안 키우느라 수고많았다고 밥이나 왕창 사줄걸
병원에 입원해있을때 내내 옆에 있어줄걸
애교도 부리고 사랑한다고 많이 얘기해줄걸
나 힘들게한사람 바람핀 사람을 왜 간병해야되냐고 약속있다고 거짓말하고 나가서 혼자 맛있는거 사먹고
정말 이기적으로 행동했다
정말 노력해서 아빠한테 인정받고 칭찬받는게 목표였는데 정작 하는거라곤 아빠를 미워하면서 아무것도 안했어
자기합리화하면서 환경탓하면서 노력 하나 안했어
21살에 아빠가 죽을줄 알았으면 진짜 죽을만큼 노력해볼걸
헛된 후회만 하고 개소리를 하고있다 그치?
암튼 엄마랑 나는 운좋게 상황도 따라주고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도 많아서 나름 안정적으로 생활하고있어
솔직히 아빠가 죽고 난후로 생활에 의욕도 생기고 아빠가 남겨놓은 빚, 생활하는것 등등 문제 해결하는 맛도 느꼈어
다들 아빠가 죽고 힘들지않냐고 생각할진 몰라도 나는 오히려 더 좋아
근데 내가 가장노릇하다 보니 아빠가 엄마 바람막이 해준건 맞더라 ㅋㅋㅋㅋㅋ
아빠는 어떻게 엄마랑 나를 품고 살았는지 모르겠어
근데 엄마랑 갈등도 엄청 많았어도 아빠처럼 미운건 아니야
그래도 아빠를 싫어했어도 보고싶어
아빠의 그 묵묵함 무뚝뚝함 내가 싫어하던 성격마저도 그립다
그냥 옆에서 쫑알쫑알거리고 싶어
내가 못나서 아빠를 싫어한게 아닐까
키워줬는데 모질게 굴어서 미안해
사는 내내 고생밖에 안했는데 이기적으로 굴어서 미안해
내가 천국을 갈지 지옥을 갈지 몰라도 다시 만난다면 한번만 안아줘
그리고 꿈에 나와서 얼굴도 비추고 복권 번호 좀 알려줘 ^ㅠ^
아빠 사랑하고 고마워 진짜 수고많았어 천국가서 아픔도 슬픔도 없이 웃으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내가 나이가 들면 편지의 내용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잘있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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