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큰스님 영전에 올리는 글

혜산 비회원 2002-05-17 15:17 7864 0
일타 큰스님 영전에 올리는 글


“화합 문중 이뤄 유지 계승”

11월 29일 하늘처럼 믿고 따르던 일타 큰스님께서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
다. 막상 애도의 글을 올리려니 충격과 슬픔에 손가락이 떨리고 눈시울이
절로 흐려옴을 막을 수 없습니다.
평소 존경해 오던 큰스님을 제가 처음 친견한 것은 1967년도 봄, 당시 대
학 1학년 때로 기억됩니다. 사형인 성진 스님과 함께 스님을 모시고 강원
도 화지리 도피안사 포교당에서 군승병을 하고 있던 혜인 스님이 열었던 보
살 계 수계법회에 참석했던 일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스님의 온화한 모습
과 부 드러운 음성, 청산유수와 같은 법문에 최전방 산골짜기에 구름처럼
모여든 장병과 신도들은 물론이요, 저 또한 흠뻑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었
지요.
그때 “나도 일타 큰스님의 회상에서 그분의 가르침(法)을 따라 훌륭한 스
님이 되어야겠다. 일타 스님의 법을 따르라는 뜻으로 나의 은사 스님(秋
潭)께서 내 법명을 법타(法陀)라고 지어준 것 아닌가”라고 자의적으로
해 석하고는 스님께 제자로 받아들여줄 것을 간곡히 청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1974년 통도사에서 열린 당신의 은사이신 고경(古鏡) 노스님
의 재일법회날에 친히 건당(建幢)을 허락해 주시며 포은(包隱)이라는 법
호 를 내려주셨습니다. 그러나 포은이라는 법호는 마침 가까이 지내는 사
형 성 진 스님의 법호인 포운(包雲)과 발음이 비슷하여 몇 해 전 법호를
바꿔 주 기를 청하였는데도, 싫은 표정 한번 짓지 않으시고는 새롭게 법호
를 내려주 셨습니다. “그래, 법타는 남한과 북한을 좇아 다니며 통일운동
을 열심히 하 고 있고, 그 일로 옥고도 치렀으니 부처님의 중도사상으로
민족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남북평화통일과 민족화합을 성취시키라는
뜻으로 중화(中和)라고 하지.” 하시며 환하게 웃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94년 7월 신공안정국 당시 평양과 금강산 먼저 갔다왔다는 죄(?)로 국가
보안법 위반(제7조 고무찬양 : 이 조항은 유엔에서도 특히 인권유린 정치
악 용을 이유로 철폐를 촉구한 조항이다.) 혐의로 본의 아니게 감옥살이
를 하 였을 때도 스님께서는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셨습니다.
“큰 일을 하려면 그에 따르는 마장(魔障)이 따르는 법, 마침 나라에서
너 에게 쉴 것을 명령했으니, 지금 있는 그곳이 나라에서 마련해준 선방인
줄 알고 열심히 참선정진을 해야 할 것이야.” 편지를 읽는 순간 눈물이
핑 돌 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피부까지 짓물러질 정도로 뇌리를 가득 채
웠던 분 한 마음이 봄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그래, 감방에 앉
아 정권을 원망하고 분노의 칼을 가느니, 이 기회에 정진을 거듭해 참나
를 찾아야겠 다.” 저는 그때까지 가졌던 억울한 마음을 완전히 돌릴 수
있었고, 이후 영 어의 생활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스님, 상좌와 증손상좌에 이르기까지 모두 250여 명에 이르는 저희 제자
들은 스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더욱 가열 찬 수행정진을 해나갈 것입니
다. 그간 보살계를 받은 수십만 명의 신도들도 스님의 고귀한 가르침을
잊 지 않고 불제자로서 부끄럼 없이 살아갈 것으로 믿습니다.
이제 스님을 가까이 친견할 수 없게 됐으니 하늘이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
할 뿐입니다. 그러나 큰스님께서 늘 들려주시고 당부했던 가르침들을 믿
고 따르는 길이 저희들이 스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저
는 문 도제자들을 대표해 스님의 영전에 간절한 다짐을 올리고자 합니다.
“스님, 시신을 화장하여 미국의 산과 태평양에 뿌릴지언정 한국까지 가
져가지 말라는 유교를 어긴 이 제자들을 지극한 존경과 사모의 정으로 그
랬 거니 하는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신심·계행·원력을 생명으로
호지 하여 각자가 일념무생법인(一念無生法印)을 관하라.’ ‘생사와 열반
이 일찍 이 꿈이려니(生死涅槃曾是夢) 산은 높고 바다는 넓어 서로 방해롭
지 않다.’ 는 마지막 유훈을 되새기면서 자애와 온기로 넘쳤던 큰스님을
마음에 새기 며 화합문중으로 큰스님의 뜻을 잇겠습니다. 큰스님의 발원대
로 다시 이 사 바에 나투소서. 나무아미타불.”
은제자(恩弟子) 중화법타(中和法陀) 분향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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